게시판

제목 | 2019 드림캠프 in 도이칠란트 - 독일 드레스덴
작성자 | 루츠템 조회수 | 22 작성일 | 2019-12-20
내용

- 2019. 10. 29 독일 베를린 to 드레스덴 -

훔볼트 대학교 옆에 있는 베를린 대성당. 역대 군주들의 관이 보관되어 있다.

일에서 지어진 학교, 회사 등은 대부분 그 창립자의 이름을 따오거나 혹은 그 학교의 대표적인 유명 인사를 별명으로 짓는 경우가 많다. 오늘 방문하는 훔볼트 대학교 또한 창립자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하지만 훔볼트 대학교는 처음부터 대학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었으니, 그 이야기로 독일에서의 두 번째 날을 시작했다.

훔볼트 대학교 정문. 정식 명칭은 베를린대학교이며, 훔볼트 대학교는 창립자 이름을 딴 별칭이다.

훔볼트 대학교는 1700년대 프로이센왕국의 프리드리히 대왕의 명령으로 별장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하지만 준공을 끝내고 이를 사용하지 않고, 포츠담에 자신의 마음에 드는 다른 별장을 짓고 이 건물은 동생에게 주게 된다. 이후 동생이 사후 이 건물을 대학으로 기증하게 되고(1809), 훔볼트 대학교가 들어서게 되었다. 별장 건물로 지어졌다 보니 입구를 지키는 병사도 필요했다. 그래서 독일의 대학교 중 정말 특이하게도 '정문'이 있는 대학교가 훔볼트 대학교다.

'어느 대학교나 정문은 있지 않나?'

우리나라 서울대학교를 떠올리면 당연한 물음이다. 하지만 독일은 대학 건물이 일반 건물들 사이에 섞여서 군데군데 박혀있다. 그래서 캠퍼스라는 개념이 없고, 정문이라는 개념은 더더욱 없다. 마치 직장인이 출퇴근하듯 자신이 공부하는 건물이 일반 건물들과 섞여 있고, 이 건물을 중심으로 생활하게 된다. 이렇다 보니 학교 주변에 요란한 시설이 있으면 연구활동에 지장을 주게 된다. 그래서 독일의 유명한 대학도시 3곳 중 하이델베르크를 제외하고는 학생이 도시 인구의 절반 수준으로 인구가 적은 물 맑고 공기 좋은 한적한 시골 도시다. 밖에 나가도 할 일이라곤 자연을 벗 삼아 산책을 하거나 생각에 잠기는 것이다.

학교 문 앞과 안쪽으로 중고서적 판매상들이 아침 일찍 좌판을 펴고 있다. 누구도 단속은 하지 않는다.

독일 각 대학의 본관 건물은 항상 문학과 심리, 영혼, 정신 등을 다루는 문과대가 자리하고 있고, 나머지 단과는 다른 건물에 분리되어 떨어져 있다. 문과를 중요시하는 부분이 우리와 다르지만 유명 대학도시의 분위기를 보면 문과가 발달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겠다.

훔볼트 대학교의 역사와 함께 노벨상 수상자들의 초상화부터 역대 여자 대학생과 여자 교수의 초상화에 대한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설명하는 안내원 또한 여성이었다. 서양에서 여성의 지위가 상승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여성이 대학을 다니고, 교단에 서고, 노벨상 후보로 10번 넘게 이름이 올랐다는 부분들은 그분에게도 큰 영광의 역사이고 자랑거리였을 것이다. 드림캠프가 남학생들로만 참여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지만 여학생들이 와서 보았다면 뿌듯함과 내가 개척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느꼈을 수 있겠다.

훔볼트 대학교 출신 노벨상 수상자들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1급 레스토랑 수준으로 넓고 깨끗하게 정리가 잘 된 주방을 보고 감탄하며 1층으로 내려온 우리는 가이드 선생님께 여러 가지 질문들을 물어봐 줄 것을 요청했다.

"어떤 과가 제일 쎈가요? 어떤 과를 제일 많이 가나요?"

"제일 쎄다는 우리나라와 같은 의미는 없지만 현재 훔볼트의 재학생은 법대가 제일 많고, 지망생은 심리학이 제일 많습니다."

"공부할 때 어떤 게 제일 어렵나요? 한국어과 같은 것도 있나요?"

"아시아과가 있어서 그곳에서 한국어도 같이 공부를 할 겁니다. 그리고 공부는 18살에 입학하면 우리나라의 학부와 대학원을 합한 7~8년의 과정을 자기가 알아서 학습 플랜을 짜고, 실행해야 해요. 그것이 어렵습니다. 누구도 간섭하거나 확인하지 않고, 졸업도 교수님 3명이 참관하에 개인에게 시험을 냅니다. 자기만 결과를 알 수 있고, 졸업식도 별도로 하지 않아요. 그래서 졸업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에 대해 취업이 보장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대학은 취업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교수나 누구도 취업에 대해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단순하게 들으면 아주 자유롭고 즐거운 대학 생활 같지만, 우리나라 학생들과 같이 어른들이 정해준 틀에 맞춰 공부하고, 단계를 밟아가던 학생들에게 '지금부터 알아서 해'라는 식으로 던져주면 정말 적응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자유로움의 바탕에는 물론 대학교 무료라는 혜택이 있기에 생활비만 충당하면 되는 경제적인 자유로움이 있지만 돈을 떠나서 과연 우리나라 학생들 중 독일 대학으로 진학을 할 경우 7~8년 뒤 정상 졸업을 하는 학생이 몇 명이나 나올까? 훔볼트에서의 문답을 계기로 우리 드림캠프 학생들은 지금부터라도 자기 주도형 학습관리에 더 집중해서 글로벌 인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독일어 MENSA는 '멘자'라고 읽으며, 학생식당을 뜻한다. MENSA의 라틴어 어원인 '원형 탁자'와 의미가 통한다.

특별한 추억을 남기기 위해 훔볼트 흉상, 모자, 연필 등의 추억 소환용 기념품을 구매한 뒤 버스에 올랐다. 이제 우리가 이동할 도시는 첨단 과학과 아름다운 궁전으로 유명한 드레스덴이다. 드레스덴까지의 이동 시간은 3~4시간이 예상되었기에 오늘 우리는 어제 베를린장벽을 돌아보며 우리의 미래 통일 대한민국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떻게 하면 통일을 할 수 있을까요?"

미리 선정했던 주제가 던져지자 캠프 참가자들의 수다본능은 폭발했다. 이제는 부끄러움을 알아가는 고학년을 제외하고 중저학년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느라 참새처럼 재잘거렸다. 발언권을 얻고, 이야기하면 박장대소하며 즐기는 태도에 멀미도, 지루함도 멀리 가버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형제 키스를 해야 합니다."

앞도 뒤도 없는 이재훈 학생의 엉뚱한 답변에 가이드 선생님도 폭소를 금치 못했다. 이어지는 의견으로 '미국이 북한의 핵 때문에 통일에 방해를 많이 하는데 우리가 미국과 친하니까 북한이 핵을 갖지 못하도록 설득하면 미국이 통일을 도와줄 것입니다'라고 시사뉴스를 즐겨보는 듯한 의견을 낸 1학년 강지호 군의 의견은 목소리가 작아 4번 정도 앞사람을 통해 몇 문장 씩 확인한 뒤에 정리가 됐지만 아주 현실적인 의견이었다. 이 외, 북한에 너무 많은 것을 줬기 때문에 이제 그만 주자는 의견,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등의 다채로운 의견이 나왔다.

애초에 어떤 것도 정답은 없었다. 정답은 통일이 이뤄진 다음 역사가 말해줄 것이고, 그 역사가 우리 학생들이 만들게 될지, 몇 년 안에 어른들이 만들어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바램이 있다면 우리 학생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 통일이 이루어져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끌려가듯 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는 바람으로 토론은 마무리되었다.

체임버오페라하우스. 바그너의 '탄호이저' 오페라가 처음 공연된 곳이며 화재 후 재건되었다.

웃고 이야기하는 사이 드레스덴에 도착했다. 유럽은 지난 일요일을 기점으로 썸머타임이 끝난 탓에 해가 짧아져서 4시만 되면 벌써 노을이 지고, 6시면 한밤중이 되었다.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쯔빙어 궁전을 향해 움직였다. 궁전은 님프의 욕탕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분수대가 내부의 정원에 있는데, 정원의 위치가 일반적인 궁전과는 다른 독특한 형태이다. 보통 궁전은 본 건물의 앞마당 또는 뒷마당에 정원을 두고 쇠창살과 같은 울타리를 치는데, 이 궁전은 건물이 정원을 사방으로 에워싸게 지었고 그러다 보니 궁전이 마치 성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님프의 욕조라고 불리는 분수와 노을 지는 쯔빙어궁전.

즐거운(?) 사진 찍는 시간. 영혼을 뺏기기라도 하는 듯 단체사진 협조 받기가 좀처럼 어렵다.

어느새 하늘은 진한 주황색과 파란 하늘색이 기싸움을 시작하며 정원에 서서히 어둠을 내리깔고 있었다. 해가 있는 동안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자유시간을 빨리 주었고, 궁전을 돌며 여유 있게 기념사진을 남겼다. 궁전 밖에는 해자가 있는 다리가 있었다. 역시 궁전이라기보다는 성이라고 부르기에 알맞은 모양새였다. 궁전 건물 안에서는 전시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정원 중앙에 홍보관을 마련해둬서 기념사진을 찍기에 참으로 거북한 모양이 되어 조금의 아쉬움을 남겼다.

궁전 밖에 해자가 설치되어 성의 느낌을 준다.

빠르게 낮아지는 기온 탓에 턱까지 달달 떨렸다. 자유시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이 있었나 싶게 추위를 느끼던 중 가이드 선생님이 약속 장소에 도착했고, 우린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궁전을 나와 법원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인상적인 벽화가 있는데 바로 '군주의 행렬'이라고 하는 작품이다. 이 행렬에는 각 시대를 통치한 왕들의 모습과 그 연대기가 표시되어 있었다. 이 벽화는 원래 일반 벽화였는데 1907년 훼손 방지를 위해 그 위에 25,000장 정도의 '마이센 도자기' 타일을 덧붙이고 다시 그려서 만든 작품이다. 이 벽은 2차 세계대전의 폭격 속에서도 파괴되지 않았는데, 포탄을 피해 간 것도 대단하지만 도시를 불태운 거대한 화염 속에서도 전혀 손상되지 않은 건재함 덕분에 '마이센 도자기'가 유럽의 자존심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백자를 만들지 못하던 1700년대 유럽에서 백자 제작에 성공한 마이센 도자기는 그 높은 가치 때문에 이미 귀족들만 사용하는 비싼 도자기였으며 그 사건 이후 지금도 미니어처 같은 백자 인형, 찻잔 같은 장식품들이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군주의 행렬 벽화. 웅장한 벽화가 골목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도 도자기는 본차이나죠?"

라고 도자기의 기원에 대해 한마디 거들었지만 중국과 비교를 거부하는 가이드 선생님 탓에 우선 '마이센'이 이긴 것으로 했다.

골목 하나를 꽉 채운 엄청난 크기의 벽화를 보고 나자 어느새 깊은 밤처럼 어둠이 내렸다. 오늘 훔볼트를 통해 학생들의 마음속에 '대학교 입학'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내가 살아갈 세상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찾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는 그만큼의 시간이 더 있겠지만 벌써 6학년인 학생들은 곧 중학교에 입학하고 머지않은 미래에 입시를 준비하게 될 것이다. 그 학생들에게 오늘의 경험이 작은 이정표가 되어 힘들 때 방향을 잡아주는 시간이 되었다고 먼 미래에 회상할 수 있다면 드림캠프는 그 자체로 성공한 것이다.

목록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