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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019 드림캠프 in 도이칠란트 - 독일 하이델베르크
작성자 | 루츠템 조회수 | 75 작성일 | 2019-12-20
내용

- 2019. 10. 31 독일 하이델베르크 -

네카강을 보면 자연 속으로 성큼 들어서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3대 대학 도시로 곳 중 한 곳인 하이델베르크는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지리적으로 위로는 유럽 제2의 국제공항인 프랑크푸르트와 아래로는 스위스로 연결되는 교통의 요충지여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이다. 번화한 거리를 조금 벗어나면 네카강을 따라 대학 건물들이 마치 상가처럼 여기저기 툭툭 자리 잡고 있다.

바이마르와 하이델베르크는 차로 약 3시간 거리에 있다. 안개 낀 아침 공기를 삼키며 차에 오른 우리는 이동 시간 동안 드레스덴에서 본 첨단 공장을 떠올리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으로 나의 장래 희망'이라는 내용으로 각자의 꿈을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먼저 미래에 없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을 몇 가지 이야기하며 발표에서 조정할 부분들을 만들어갔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군인, 경찰관, 소방관과 같은 위험 직군의 업무를 로봇이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고, 그 외 약사나 청소부 기타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이 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이것을 전제로 각자의 꿈과 그 이유에 대해 들어보았다.

-양지석 : 기계 업그레이드 프로그래머 또는 기계 전문가. 앞으로 기계(로봇)가 많아질 텐데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사람이 필요해질 것 같다.

-김다찬 : 건축가. 기계가 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건축을 하여 부자가 되고 싶다.

-이호준 : 축구 또는 야구 선수. 축구는 내가 좋아하는 운동이고, 야구는 아버지에게 잘 배울 수 있다.

-곽성현 : 로봇 관리자. 로봇이 고장 나지 않도록 수시로 관리하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다.

-이재훈 : 프로게이머. 게임을 좋아하고, 로봇이 할 수 없을 것이다.

-김준서 : 마술사. 다양한 마술 도구가 더 등장할 것이고,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

-강지호 : 로봇 제작자. 로봇이 많이 필요해질 테고, 이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손은수 : 한의사. 한의술은 한국의 고유 의술로 로봇이 하기 어렵고, 이것으로 사람들을 치료하고 싶다.

각자 꿈은 달랐지만 미래 사회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꿈을 설정한 부분이 보였다. 꿈은 앞으로 자라면서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현실에 타협한 꿈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고 바라는 꿈을 목표로 만들고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운전기사님이 휴게소를 한 번 들르지 않고 운전해준 덕분에 예상보다 조금 빨리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거리. 추운 날씨 때문에 식당 밖에 앉은 손님은 많지 않다.

역시 관광의 도시답게 하이델베르크의 골목길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녔다. 식당은 관광객으로 꽉 찼고, 자전거를 탄 현지인은 카메라를 맨 관광객들을 주의하며 지나다녔다. 독일 사람들은 어느 도시를 가든 자전거를 참 많이 탔는데, 80~90년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타셨던 형태의 생활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녔다. 최신 산악 자전거나 로드 자전거가 아니면 남 보기 부끄러워 타질 않는 우리나라 정서와 많이 다른 모습을 보면서 실용을 중시하는 이곳 문화가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멀리 보이는 하이델베르크 고성. 멀리서 볼 때 더 멋지다.

네카강에서 뒤를 돌아보면 산 중턱에 보이는 오래된 성이 있다. 바로 하이델베르크 고성이다. 이곳은 경사지를 따라 설치된 모노레일 형태의 트램을 타고 올라가는데, 걸어서 올라가면 급한 경사면을 15~20분 정도 올라가야 하지만 이 차량으로 2~3분 만에 올라갈 수 있었다.

모노레일 탑승 전 기념 촬영. 걸어가는 줄 알고 긴장했던 학생들 마음이 편해졌다.

아쉽게도 성 안은 성 밖에서 보던 웅장함이나 고성의 멋은 잘 보이지 않았다. 조금 거리를 두고 보는 것이 더 멋질 수 있다는 진리를 깨우치는 순간이었다. 성 안의 길을 따라 붉은 빛을 띠는 성벽과 사랑의 문이라 불리는 엘리자베스의 문에 도착했다. 이 문은 엘리자베스 공주가 프리드리히 5세에게 시집을 온 후 성인이 되던 날 프리드리히 5세가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엘리자베스문. 문의 반대쪽에는 설치된 연도와 배경이 독일어로 새겨져있다.

당시 국가 간 정략결혼으로 한 나라에 공주가 태어나면 주변 국가의 왕족에게 시집을 많이 보냈는데, 프리드리히 5세도 이런 정략결혼을 하게 되었다. 서로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결혼을 하게 되어 신부에 대해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있던 왕은 처음 만난 공주의 미모에 완전히 반하게 되고,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엘리자베스문 이벤트를 해줬다는 것이다. 복이 많은 왕이다. 이런 러브 스토리 덕분에 이 문을 부부가 같이 지나가면 백년해로한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우리 드림캠프 참가자들은 나중에 신혼여행으로 오면 좋겠다.

프랑스군의 침략으로 불에 타 없어진 탓에 창문 뒤가 비어있다.

성 입구에 도착하니 경비원들이 입장권을 확인했다. 트램 승차권이 입장권이었는데, 재입장을 막기 위해 옆 귀퉁이를 조금 찢은 다음 돌려줬다. 나름 기념품인데 찢어진 승차권을 아까워하며 성 안으로 들어서자 성으로 이어진 높은 다리와 아래에 지금은 물이 빠지고 바닥이 드러난 해자가 보였다.

"해자는 왜 만든지 아는 사람? 그냥 헤엄쳐서 건너면 되는데 왜 굳이 해자를 만들었을까?"

가이드 선생님의 돌발 질문에 다들 입만 벙긋 거리며 머리를 굴려보았다.

"갑옷이 뭐로 되어있었어요?"

"철이요"

"네, 그럼 이걸 입으면 수영을 할 수 있을까요?"

"못해요"

"맞아요. 갑옷을 입으면 해자에서 수영을 못하기 때문에 아주 효과가 좋았어요. 그리고 옛날엔 이 철판 갑옷을 입고 여름 햇볕을 받고 서 있으면 철이 달아올라서 실제로 싸울 때는 픽픽 쓰러지는 사람들이 속출했다고 해요."

철판 갑옷이 보기엔 멋지지만 입는 것은 참 힘들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헬멧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 앞을 봐야 하는데 평소에는 눈가리개를 내려놓고, 누군가 지나가면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눈가리개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리게 되면서 이것이 현대의 경례 자세가 되었다는 설명은 참 흥미로웠다. 악수와 더불어 옛 중세 시대를 기원으로 하는 행동이 계속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약사 박물관. 본격적으로 약초 잎을 개량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성 안에는 과거 성에서 약을 제조하던 시설이 있었다. 지금은 약사 박물관으로 관광객들에게 소개가 되고 있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현대의 약이 개발되기 이전 동식물 등을 이용해 만든 가루와 말린 잎사귀 등을 약재로 사용하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특히 파충류나 곤충 등이 약으로 이용되는 부분은 마치 주술을 부리는 듯한 인상도 주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약초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기술이 발전되고, 이어서 페니실린이 등장했다. 페니실린의 등장과 함께 약사 박물관은 현대식으로 바뀌어갔고, 알약과 가루약, 허브차와 비누 등으로 범위가 확대되어갔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엄청난 크기의 술통은 카메라에 다 담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약사 박물관 안을 돌아보는 동안 궁전의 오래된 차창 밖에서 들어오는 햇볕은 오래된 가구들과 어우러져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 들게 하여 끝까지 기분 좋은 관람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약사 박물관을 빠져나온 후 지하로 내려간 곳에는 22만 리터의 대형 와인 술통을 볼 수 있었다.

'22만 리터?'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 수치여서 가늠을 하지 못하고 무작정 걸어가 보았다. 처음에 제법 큰 술통이 나와서 이것인가 싶었는데 더 들어가 보라는 말에 안쪽으로 더 가보니 갑자기 넓고 어두운 공간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왔다. 그리고 그 밑에는 높이가 8미터는 됨직한 큰 술통이 노아의 방주처럼 누워있었다. 엄청난 크기 때문에 술통 위에 올라간 사람은 계단에 내려가기도 전에 이미 내 머리 보다 높은 곳에서 걸어 다녔다. 도대체 몇 명이 몇 년을 먹으려고 이런 술통을 만들어 둔 것일까? 술에 대한 애착은 물 보다 강한 것 같다.

성벽에서 내려다본 하이델베르크 시내 전경. 그림 같은 경치가 기분을 좋게 한다.

와인의 방주에 대한 충격을 안고 궁전 성벽으로 이동하니 네카강이 내려다보였다. 시원하게 보이는 경치를 즐기며 눈을 정화한 우리는 급한 경사 길을 따라 성을 내려왔다. 드림캠프는 역사, 문화, 교육을 두루 돌아보며 글로벌 리더로 자라는 꿈을 키우는 캠프로, 그 마지막이 될 중요한 장소인 프랑크푸르트로 출발했다. 벌써 마지막 여행지라는 것이 놀라웠지만 내일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인류 최고의 발명품, 화폐의 역사를 끝으로 길었던 독일 캠프는 이제 종이 속의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남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눈과 마음에 넣고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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